언어학에는 비대칭성(asymmetry)보다 강한 의미를 지닌 ‘반대칭성’(antisymmetry)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언어학자 리처드 S. 케인(Richard S. Kayne)은 『통사론의 반대칭성』(The Antisymmetry of Syntax )이라는 저서에서 언어의 위계적 구조와 어순사이의 보편적 상관관계를 주장하는 이론을 제시했다.

그는 핵심계층이론이 표상하는 “구조의 반대칭성”은 보편문법의 속성이 아니라 “선형 순서(linear order)가 지닌 더 근본적인 반대칭성으로부터 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인간은 동일한 순간에 두가지 단어를 한꺼번에 말할 수 없고, 선형 순서에 따라서, 즉 한 번에 하나씩 차례로 말할 수밖에 없으므로 말을 이루는 요소들은 반드시 전후 순서를 가지게 되는데, 이러한 근본적인 선형화 조건이 통사적 위계의 근원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언어학자 안드레아 모로(Andrea Moro)는 『역동적 반대칭성』(Dynamic Antisymmetry )이라는 저서에서 케인의 주장을 수정하여 “약한 유형의 통사론의 반대칭성”을 주장했다. 그는 말이 선형화되어야 한다는 조건은 “음성 형식”(Phonetic Form, 혹은 PF)이라는 “접합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일 뿐이며 이 조건 이전에는 언어에서 “대칭점들(points of symmetry)이 용인된다”라고 말한다.91) 즉, 모로의 이론에는 케인의 이론에서 허용되지 않았던 대칭성이 포함된다. 또한 그는 병합과 함께 최근 최소주의 통사론의 주요 연산조작인 ‘이동’(move)이 바로 “반대칭성을 찾는 과정에서 일어난다”라고 주장한다. 이는 여러 언어학 이론에서 탐구되는 통사 구조의 비대칭성은 언어의 본질적인 속성이 아니라 어떤 접합부 요소의 영향에 의해 생성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Andrea Moro, Dynamic Antisymmetry (Cambridge, MA: The MIT Press, 2000), p. 28.


참고논문 : 음악적 통사론을 위하여: 음악적 발화에서 나타나는 재귀적 구조와 대칭 관계 연구 조현리 p.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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