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조기 교육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교육 효과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언어는 빨리 가르칠수록 좋다. 언어 습득 기제 (Language Acquisition Device) 가설에 의하면 어린 아이들에게는 선천적으로 언어를 습득하는 능력이 있는데 그 능력은 나이가 들수록 약해져서 사춘기를 넘어서면 언어를 새로 배우는 것이 아주 힘들다고 한다. 언어 습득 기제 (Language Acquisition Device) 가설이 맞는지 확인 해 볼 수 있는 극단적 실례는 어릴 때 전혀 말을 배울 기회를 가지지 못했던 사람들 즉 타잔 같은 사람들이다. 타잔은 물론 가공의 인물이지만 실제로 타잔 같은 야생 인간 에 대한 기록이 여럿 있다.

www.feralchildren.com 같은 웹 사이트에 보면Saturday Mthiyane (Saturday Mifune) 이라는 소년을 포함한 여러 실제 타잔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소년은 남 아프리카에서 1987 년에 원숭이들과 함께 사람 사는 동네에 음식을 훔치러 왔다가 발견되었는데 당시에 5살 정도 돼 보였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잡히기 전에도 원숭이들과 생활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고. 토요일 날 발견되어 이름을Saturday 라고 지었고 성은 이 소년이 등록된 장애아 학교 교장의 성을 따라서 지었단다. 이 소년은 처음에는 물론 다른 아이들을 때리고 물건을 부수고 창문으로 넘어다니고 옷과 이불을 싫어하고 생고기를 좋아했고 10 년이 지나도 익힌 음식을 싫어하고 (바나나를 제일 좋아하고) 두발로 걷는 것은 배웠는데 말은 여전히 못했다고 한다.

또 1920 년에 인도에서 선교사가 늑대 소녀들 이야기도 있다. 발견되었을 당시 각각 7살 과 3살쯤 되어 보였다는데 긴머리가 떡이 되어 머리와 어깨 사슴을 덮고 어깨를 웅크린 네발로 기어 다녀서 “귀신” (Ghost) 처럼 보였다 한다. 한 어미 늑대가 여자 아이들을 기르고 있는 것을 발견하여 “구조” 했는데 그 과정에서 어미 늑대는 화살에 맞아 죽고 늑대 소녀들 외에도 두마리의 진짜 늑대 새끼도 함께 발견되었다고 한다. 두 소녀는 자매도 아닌 것으로 보이고 나이 차도 나는 것을 보면 그 늑대가 상습적으로 아이들을 물어다 키어온 것으로 보인다. 버린 아이를 물어 온 것인지 납치 해 온 것인지 모르나 내 추측으로는 인도에도 남아 선호 사상이 있어서 여자 아이를 부모들이 버린 게 아닌가 싶다. 특히 아이들이 발견 된 후 주변에 부모를 찾았는데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이 아이들도 옷을 입히면 찢고 익히지 않는 고기만 먹으려 했는데 잘 때도 몸을 둥그렇게 말고 자고 자다가 잠꼬대도 늑대처럼 실룩거리면서 으르렁 거리며 했다고 한다. 이들은 처음에 밤에만 일어나고 달을 보며 짖고 어두울 때 크게 뜬 눈빛이 늑대같이 보였다고 한다. 생 고기 냄새를 멀리서도 알아차리고 귀도 아주 밝았는데 이상하게도 사람 목소리에는 둔감했단다. 아말라 (Amala) 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어린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병이 걸려 죽었고 카말라 (Kamala) 라고 불리던 큰 아이는 발견된 후 9년 후 16 세에 병이 걸려 죽었는데 9년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3 살 아이 정도 언어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종류의 사례들 중에 가장 기가 막힌 경우가 심리학 교과서에도 자주 나오는 지니 (Genie) 라는 여자이다. 지니는 1970 년13 살 때 발견됐는데 정글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대도시 로스앤젤레스에서 발견되었다. 정신 나간 부모가 애를 10 년 넘게 옷장 속에 가둬두고 음식은 줬는데 조금이라도 소리를 내면 때리며 가둬 두었던 것이다. 앞을 거의 보지 못하는 당시 50세의 엄마가 70세의 아버지에게 맞은 뒤 이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와 생활 보조를 받으려고 후생 복지 사무소에 갔다가 아이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챈 사회복지사가 경찰에 신고해 지니가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밝혀졌다고 한다. 13살의 지니는 발견됐을 당시 그만해 (stop it) 와 이제 그만 (no more) 이라는 말 외에는 하지 못하고 아주 어린 아이와 같이 작고 잘 걷지도 못하고 토끼처럼 기어 다녔으며 딱딱한 음식을 씹지도 못했다고 한다. 또 지니가 갇혀있던 방은 그녀가 묶여 지냈던 아동용 변기통 의자 하나와 똥 오줌 무더기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지니의 아버지는 법원 출두 명령이 떨어지자 자살하고 어머니는 눈이 잘 보이지 않고 그녀 자신도 남편의 희생자라고 주장하여 감옥에 가지 않았다. 지니는 언어학자와 심리학자들에 둘러싸여 연구되고 교육을 받았는데 단어는 많이 배워도 문법은 결국 많이 배우지 못했다고 한다. 지니의 IQ 는 74 까지 기록되어 공식적으로 정신 지체자는 아닌데 (기준70 이하) 그에 비해 언어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다. 현재 정신 지체 장애자 들을 위한 시설에 산다고 한다. 그 와중에 지니의 엄마는 과학자들이 자기와 자기 딸을 이용해 유명해지고 돈을 벌었으니 자기에게도 돈을 달라고 고소해서 더 이상 학자들이 연구할 수도 없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물론 위의 예들은 어릴 적에 언어에 배워야 잘 배울 수 있다는 명제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 언어에 노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다른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어 조기 교육 문제는 제2 의 언어를 배우는 문제이므로 위의 예와는 경우가 좀 다르다.  그러나 대체로 언어는 어릴 때 배워야 쉽게 배운다는 명제는 대체로 맞는다고 생각한다.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사춘기 전에 이민온 사람과 후에 이민 온 사람의 발음이 다르다.  전자는 대체로 원어민 (Native Speaker) 와 차이가 없고 후자는 아무래도 악센트가 있다.  물론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또 두 가지 언어를 배우는 것이 지능 발달에도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미국 내 조사 자료에 의하면 일부 아이들 특히 저 소득층 아이 중에 어려서부터 두 가지 언어를 듣고 쓰며 자란 경우 커서 둘 다 확실히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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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hani.co.kr/newyorker/1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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