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스스로를 인식한다는 점이다. 18개월 이전의 아기는 개나 고양이 처럼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임을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나 침팬지나 오랑우탄 같은 유인원과 돌고래, 코끼리, 심지어 돼지까지도 거울에 비친 모습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안다.
그렇다면 인간이 아닌 동물들도 삶과 죽음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 27일 권위있는 생물학 학술지인 Current Biology에 발표된 나이 많은 침팬지의 죽음을 대하는 동료와 자식의 반응을 본다면 침팬지가 장례를 지내거나 우리와 죽음에 대해서 말을 할 수 없더라도 죽음에 대한 그들의 인식을 엿보기 충분하다.
2008년 11월 스코틀랜드의 한 사파리에 살던 50살이 넘은 Pansy라는 이름의 늙은 침팬지가 많이 쇠약해졌다. 그러자 Pansy의 딸인 Rosie와 친구인 Blossom, 그리고 Blossom의 아들인 Chippie는 그들의 보금자리를 떠나 Pansy의 곁에서 어루만지고 보살피는 일이 잦아졌다.
12월 7일 Pansy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숨이 가빠지자 사파리 담당자는 Pansy의 회복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동료들과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도록 접근을 허락하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동무들은 Pansy가 10분 뒤 숨을 거둘때까지 어루만지고 쓰다듬었다. Pansy가 숨을 거두어 건드려도 반응이 없게 되자 더이상 그런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Chippie는 Pansy에게 일어나 보라는 듯 갑자기 Pansy의 주검 옆에서 펄쩍펄쩍 뛰기도 했다.
Rosie는 엄마의 주검 옆에서 자리를 지키다 밤이 되어도 자신의 보금자리가 아닌 그곳에서 잠을 청했다. Blossom은 평소와는 다르게 아들인 Chippie 자꾸 쓰다듬어주었다. Pansy의 죽음에 마음이 불편했는지 그날은 다른 침팬지들도 잠을 잘 못 이루고 뒤척이는 횟수가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
다음날 아침 세 마리의 침팬지는 Pansy의 주검에 뭍어 있는 지푸라기들을 떼어주었다. 사육사들이 사체를 수거해가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 뒤로도 침팬지 무리는 몇 주 동안이나 먹는 양도 줄어들고 분위기도 가라앉아 있었다.
연구를 주도한 스털링대학교 심리학과의 Anderson교수는 "한 때 논리력, 언어, 문화, 자아인식 등이 인간을 다른 동물들로부터 구분짓는 특징이라고 여겨져 왔지만 과학자들은 인간과 동물을 구분짓는 경계가 생각해왔던 것처럼 명확하지 않다는 강력한 증거들을 발견해내고 있다."며 "죽음에 대한 인식 또한 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Anderson교수는 논문의 말미에 동물원에서 돌보던 영장류가 죽음에 임박했을 때 치료를 위해 동료들과 격리시킨채로 두거나 안락사시키는 것보다는 동료들이 곁에서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편이 더욱 인도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침팬지 무리에서 한 침팬지가 죽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한다. 몇몇 관찰된 사례들도 침팬지가 사고로 갑작스럽게 죽거나 어린 젖먹이가 죽는 경우들밖에 없었으며 늙은 침팬지가 동료들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을 상세히 관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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